나이 일흔, 삶의 두 번째 무대에서 만난 매일매일의 설레는 도전과 배움의 기록
나이 일흔, 누군가는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쉬어가야 할 때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안주하기 쉬운 나이, 익숙한 일상 속에서 타성에 젖어 살아가기 쉬운 나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70세라는 나이는 익숙했던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가장 설레고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가족을 돌보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온전히 나만의 속도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요즘 제 일상은 매일매일이 작고도 큰 도전의 연속이며, 그 안에서 느끼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배움에는 결코 늦음이 없다: 컴퓨터와 글쓰기의 시작
얼마 전부터 커다란 마음을 먹고 지역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의 그 낯섦과 두려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부터 시작해 손끝에 익지 않는 자판을 하나하나 눌러가며 화면을 바라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영문과 한글을 오가는 자판 자리를 외우는 것도 까다로웠고, 마우스 커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배워서 뭐 하나', '괜히 젊은 사람들 틈에서 민폐만 피우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제 안의 두려움은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선생님과 주변 이웃들에게 물어가며 하나씩 배운 끝에, 마침내 이렇게 블로그에 제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적어 내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으로 일기를 쓰던 시대에서 글래스 화면 너머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라니, 참으로 놀라운 변화입니다. 작고 네모난 화면을 통해 내 글이 세상에 닿고,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짜릿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배움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선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책과 여행, 삶의 지평을 넓히다
컴퓨터 배우기와 함께 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책과 여행입니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늘 뒤로 미루어 두곤 했습니다. 이제는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아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골라 집어 듭니다. 시적인 문장, 깊이 있는 철학적 문학 작품, 그리고 타인의 삶이 담긴 에세이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읽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지혜와 깊은 감정들이,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지금에야 비로소 가슴 깊숙이 와닿는 것을 느낍니다.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가 제 삶의 경험과 맞물려 커다란 울림과 위로를 줍니다.
더불어 신체가 아직 건강하고 활력이 넘칠 때 더 많은 세상을 눈에 담고 싶어 가벼운 배낭을 싸 들고 여행을 떠납니다. 대단하고 거창한 해외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가까운 수목원이나 인근 도시의 고즈넉한 한옥 마을, 혹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동네의 골목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낯선 길을 걷고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가슴 깊은 곳에서 고이 자고 있던 호기심과 청춘의 설렘이 다시 활짝 피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수첩에 메모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비할 데 없이 값진 배움이자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멈추지 않는 하루, 매일 커져가는 나
단순히 글을 읽고 풍경을 보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다양한 체험 활동에도 부지런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자기 만들기 클래스에 찾아가 흙을 만지며 그릇을 구워보기도 하고, 지역 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천연염색이나 다도 강좌에 참여해 보기도 합니다.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과정은 제 일상을 훨씬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과거에는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걸 또 하겠어'라며 스스로 한계를 정해두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 발을 내딛고 도전해 보니, 나의 세계는 내가 마음먹은 만큼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쉽지만, 매일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다 보니 마음만큼은 매 순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글쓰기를 통해 기록하는 인생의 두 번째 막
글쓰기를 배우고 내 삶의 소소한 일상과 깨달음을 기록하는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청춘을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청춘이란 단순히 신체적인 나이가 젊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고,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삶을 향해 진심 어린 호기심을 유지하는 상태야말로 진정한 청춘이 아닐까요?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흔한 말이 이제는 제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 삶의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나이라는 숫자에 갇히지 않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배우고, 경험하려 합니다. 이렇게 작성한 글들이 하나둘 차곡차곡 쌓여 훗날 저의 멋진 자서전이 되고, 제 아이들과 손주들에게도 따뜻한 자극이자 유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서도 나이나 환경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 경험이 작은 용기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늦은 시작이란 없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가슴속으로만 생각하던 그 작고 새로운 도전은 무엇인가요? 지금 바로 첫걸음을 내딛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