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란 무엇일까요? 경쟁과 비교의 시대 속에서 함께 걷고, 속도를 존중하며, 사람을 지켜주는 페이스 메이커의 의미를 삶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돌아봅니다.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려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출발선은 비슷해 보여도 속도는 제각각이고, 중간에 숨이 가빠 멈춰 서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때 곁에서 묵묵히 함께 달리며 속도를 조절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스포츠에서의 페이스 메이커는 기록을 위해 존재하지만, 삶에서의 페이스 메이커는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란 앞서 나가며 끌어당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가며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첫째,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는 서두르지 않는 사람입니다. 요즘 사회는 빠름을 미덕처럼 여깁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가야 성공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는 상대의 호흡을 살핍니다. 지금 숨이 가쁜지, 잠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 아니면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한지를 압니다. 자신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상대의 리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둘째, 페이스 메이커는 말보다 태도로 힘을 주는 사람입니다. “힘내”, “조금만 더” 같은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말이 부담이 될 때도 많습니다. 진짜 힘이 되는 것은 말이 아니라 함께 걷는 모습입니다.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 주는 것, 뒤처졌다고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 주는 태도,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페이스 메이커는 상대를 채찍질하지 않습니다. 대신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남겨 줍니다.
셋째,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는 자신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늘 강한 사람, 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곁에 있기 어렵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는 자신 역시 지치고 넘어질 수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상대의 약함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랬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실패와 좌절을 숨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속도를 존중하게 됩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기에 페이스 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페이스 메이커는 경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비교와 경쟁은 속도를 왜곡시킵니다. 남보다 앞서야 안심하고, 뒤처지면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회 속에서 페이스 메이커는 다른 기준을 가집니다. 누구보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남의 성공에 조급해하지 않고, 남의 실패를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각자의 길이 다르고, 각자의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다섯째,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는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순간을 말로 채우려 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허락합니다. 힘든 시기에는 조언보다 공감이, 해결책보다 동행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함께 걸으며 아무 말 없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그 침묵 속에서 사람은 다시 자신을 회복합니다. 페이스 메이커는 그 침묵을 견딜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고, 남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느라 지치지 않으며, 넘어졌을 때 “괜찮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자기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가 될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곁에서도 좋은 페이스 메이커가 됩니다. 오늘 조금 느려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속도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삶은 기록 경쟁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앞질러야 완주하는 것도 아닙니다. 함께 숨을 맞추며 끝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란,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끝까지 함께 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한 명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의 길은 훨씬 덜 외롭고, 덜 힘들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