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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후 반년, 기다림 끝에 도착한 내 차 이야기 - 기아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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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넣은 날부터 손꼽아 기다린 시간이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재촉할 맘에 전화를 해 보기도 했으나 “아직입니다”라는 대답에 익숙해질 즈음, 드디어 전화 한 통이 왔다. 담당 사원이 활기찬 목소리로 "고객님 차가 도착했습니다"라고 했다. 순간 괜히 침착한 척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부산 해졌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톡 하고 터지는 느낌이었다. 단숨에 달려왔다. 영업소 앞마당에 새색시 마냥 다소곳이 놓여있는 조그마한 차가 눈에 들어왔다. 앞이 짧은 모양이 딱 부르독 찡코를 연상케 했다. 아직 비닐옷을 벗기 전이라서 멋은 없었으나 내부는 의외로 넓고 여유가 있었다. 결제할 카드를 만들고, 보험 들고, 번호판 붙이고, 하이패스카드까지 만들어 꽂고 나니 장시간 동안의 출고 절차가 끝이 났다. 
드디어 내 차, 기아 소형차 레위가 내 앞에 섰다.  “아, 만나서 반갑구나”  차 문을 열고 앉는 순간, 그동안의 기다림이 괜히 있었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춤재킷을 입는 느낌이랄까 근엄한 느낌이랄까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차는 잠깐 타고 지나갈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될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레위는 소형차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크지 않아서 부담 없고, 딱 필요한 만큼만 채운 느낌이었다. 주차할 때도, 골목길을 지날 때도 몸을 잔뜩 웅크릴 필요가 없고, 괜히 큰 차를 몰아야 어른 같아 보일 필요도 없다. 내 삶의 크기에 딱 맞는 차라는 점이 가장 좋았다. 차체는 아담하지만 디자인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은근히 야무진 인상을 주었다.
시동을 걸 때의 느낌도 좋았다. 조용하게 시작되고, 불필요한 소음 없이 차가 나를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아직 길들이는 중이지만, 벌써부터 “앞으로 잘 부탁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속도를 확 끌어올리는 차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쓰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출발도 부드럽고, 멈출 때도 안정감이 있다.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내 차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연비와 실용성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기름값 생각 안 할 수 없는데, 레위는 그 부담을 확 줄여주었다. 괜히 계기판을 자주 보면서 “이 정도면 꽤 괜찮은데?”라는 말이 혼잣말로 나왔다. 트렁크도 있다 아예 없는 것보다는 알차다. 장을 보고, 가벼운 여행 소형짐을 싣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쓸데없이 넓지 않아서 오히려 정리가 잘 된다.
차를 받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평소 다니던 길인데도 괜히 천천히 달리게 됐다. 신호에 걸려도 조급하지 않았다. 이 차와 함께하는 첫 귀갓길이니까. 창밖 풍경보다 계기판과 핸들, 사이드미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이제 진짜 내 차가 생겼구나 차가 없어서 만나기 어려웠던 오라버니 뵈러 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
6개월을 기다리며 괜히 고민도 많았다. 다른 차로 바꿀까, 취소할까,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건 아닐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 덕분에 이 순간이 더 특별해졌다. 쉽게 얻은 건 쉽게 익숙해지지만, 기다린 끝에 만난 것은 오래 아낄 수 있다. 레위는 내게 그런 차이다.
이제부터는 이 차와 함께 쌓일 이야기들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출근길의 반복되는 풍경, 마트 주차장에서의 소소한 성취감, 가끔은 아무 목적 없이 떠나는 드라이브까지. 레위는 아마 큰 사건보다는 이런 평범한 날들을 묵묵히 함께해 줄 것이다. 그래서 더 좋을 것이다.
차를 자랑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쓰다 보니 결국 이건 내 일상을 자랑하는 이야기가 되었군. 오래 기다린 끝에 만난, 내 삶에 딱 맞는 소형차. 기아 레위. 오늘도 주차장에 새워진 애마를 한 번 더 돌아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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