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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늙었어"라는 생각이 뇌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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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노화를 재촉하는 것은 ‘늙었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나이를 세기 시작한다. 생일이 반갑지 않아 지고, 예전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주 느끼게 되는 시점이 온다. 문제는 그때부터다. 몸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늙어 가는 것은 뇌이고, 그 뇌를 가장 먼저 늙게 만드는 것은 시간 자체가 아니라 “나는 이제 늙었다”라는 생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개념의 고착화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행동과 사고, 감정의 범위가 결정된다. “나는 늙었다”라는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결에 가깝다. 이 판결이 반복될수록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익숙한 생각과 행동만을 유지하려 한다. 변화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학습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로 여긴다.

뇌과학적으로 보아도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인간의 뇌는 평생 동안 변화할 수 있는 능력, 즉 신경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신경 연결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사용’될 때만 유지된다.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워”라는 생각은 뇌에게 학습을 중단하라는 명령과 같다. 생각이 멈추면 자극이 줄고, 자극이 줄면 뇌 기능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보다 먼저 스스로를 늙게 만든다.

예일대 심리학자 베카 레비의 연구는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보다 기억력 저하가 빠르고, 심혈관 질환 발생률도 높았다. 더 놀라운 것은 평균 수명 차이였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7년 이상 더 오래 살았다. 같은 나이를 살아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뇌와 몸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우리는 흔히 노화를 자연스러운 퇴보로만 여긴다. 그러나 심리학은 노화를 ‘변화의 시기’로 본다.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깊이는 오히려 더해질 수 있다. 문제 해결 능력, 감정 조절, 통찰력은 나이가 들수록 더 안정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나는 늙어서 이제 끝이야”라는 생각은 이런 능력까지 함께 묻어버린다.

일상 속 말버릇을 떠올려 보자. “이젠 기억력이 안 좋아.” “눈이 침침해서 못 하겠어.” “젊은 사람들만 하는 거지.” 이런 말들은 사실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반복될수록 자기 암시가 된다. 뇌는 이런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기능을 조절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부른다. 믿음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결국 현실을 완성시키는 구조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실패에 대한 해석이 중요해진다. 젊을 때의 실패는 경험으로 넘기면서도, 나이가 들면 같은 실패를 두고 “역시 나이가 문제야”라고 결론짓기 쉽다. 이 해석 하나가 뇌의 방향을 갈라놓는다. 전자는 학습으로 이어지고, 후자는 회피로 이어진다. 회피가 반복되면 뇌는 점점 안전한 영역에만 머물게 되고, 새로운 회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뇌를 늙지 않게 하는 것은 거창한 두뇌 훈련이나 퍼즐 게임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다. “늙었다”는 말 대신 “지금은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해보자. 이 차이는 크다. 전자는 문을 닫지만, 후자는 길을 찾는다. 뇌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느낄 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심리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태도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도전의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속도를 줄일 뿐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감정적으로도 활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비교를 멈추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거나, 타인의 젊음과 자신의 현재를 비교하는 순간 뇌는 위축된다. 심리학적으로 비교는 열등감과 무기력을 강화한다. 반대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뇌의 활성도가 높게 유지된다.

결국 뇌의 노화를 늦추는 핵심은 시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나이를 이유로 가능성을 지우지 않는 것, 실패를 나이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것,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 이것들이 모여 뇌를 살아 있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속도로 늙지는 않는다. 뇌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건네느냐에 따라 늙기도 하고, 깨어 있기도 한다. “늙었다”는 생각이 줄어들수록 뇌는 다시 질문하고, 배우고, 연결하려 한다. 그 순간부터 노화는 멈추고, 성숙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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