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멋에 대하여
사람의 멋이라 하면 흔히 두 가지로 나뉜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향의 멋과, 시간을 두고 드러나는 내향의 멋이다. 우리는 대개 먼저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단정한 옷차림, 당당한 말투, 세련된 태도는 첫인상을 좌우한다. 외향의 멋은 분명 중요하다.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것만으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빛은 화려하지만 금세 바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멋의 중심은 자연스레 안쪽으로 이동한다. 겉모습은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변하지만, 사람의 태도와 마음가짐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말을 아끼되 필요한 순간에는 책임 있게 말해내는 사람, 자기 이익보다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에게서 묘한 품격이 느껴진다. 그것은 꾸며서 만들어지는 멋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서 다져진 내향의 멋이다.
진정한 멋은 타인을 이기려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조용히 자신을 지키고,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자기 기준을 잃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말이 많지 않아도 신뢰를 주는 사람, 눈에 띄지 않아도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멋은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느껴진다. 나는 그런 멋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외향의 멋은 연습으로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옷을 고르고, 말을 다듬고, 태도를 바꾸면 어느 정도는 만들어진다. 하지만 내향의 멋은 시간을 요구한다. 실패를 견뎌본 경험, 후회를 돌아본 시간,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 애쓴 흔적들이 쌓여야 비로소 생긴다. 그래서 내향의 멋은 늦게 피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요즘 멋을 이렇게 정의한다. 혼자 있을 때의 태도와, 힘없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멋이라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자기보다 약한 존재 앞에서 조심스러워지는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외향과 내향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겉의 단정함 위에 속의 진정성이 얹힐 때, 사람의 멋은 비로소 완성된다. 겉은 깔끔하되 속은 따뜻하고, 말은 절제되되 마음은 넓은 사람. 그런 사람을 떠올리면 괜히 닮고 싶어진다.
진정한 멋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래서 멋은 노력의 결과이면서도, 삶의 태도에 대한 고백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덜 꾸미고, 조금 더 깊어지는 쪽을 선택해 보려 한다. 그 선택이 언젠가 나만의 멋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