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마력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꼭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성공만은 아니다.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짧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새롭게 하며, 때로는 인생의 방향까지 바꾸어 놓는다. '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또한 성경에 "경우에 합당한 말은 은 쟁반에 금 사과와 같으니라"라는 말씀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란 얼마나 중요한가를 짐작케 한다. 말로인해 울고 웃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오래 남는다.
몇 해 전, 내가 마음이 많이 지쳐 있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매일 해야 할 일들을 억지로 해내는 느낌이었다. 늘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이 나이에 이 정도라니.” 이 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을 맴돌며 내 마음을 조금씩 깎아내렸다.
그날도 비슷한 마음으로 동네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웃이 도리어 이렇게 말했다. “요즘 좋은 일 있으신가요? 얼굴이 좋아 보이시네요”. 정말 아무 뜻 없이 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는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괜찮아 보일 수도 있구나'. '나는 생각보다 무너지지 않았구나'.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삶에서 배운 지혜가 풍성해,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말의 마력을 또 한 번 실감한 건 가족 안에서였다. 실패를 반복하는 아들에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또야 그런 것도 못 해?” 그 순간 아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 말 없이 풀 죽은 얼굴을 한 채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오래 남았다. 그날 밤, 아들의 방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밤잠 설쳐가며 준비한, 동분 서주하며 자료를 모아가며 준비해 온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아들이 갖었을 아픔은 오직 했을까 그런 아들에게 말로 비수를 꽂은 것을 생각하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엄마 말이 많이 아팠지. 미안하다. 너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어 그것으로 충분해.” 아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는 이내 조심스럽게 웃었다. 그 짧은 사과와 인정의 말은 아들과 나 사이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말은 칼이 될 수도 있지만 상처를 치료해 주는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늘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메모만 하던 동료가 있었다. 어느 날 회의 중, 작은 목소리로 발표하는 그 동료의 말을 상사는 끝까지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 관점은 생각 못 했네요. 좋은 의견이에요.” 그 말 한마디 이후, 그 동료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회의에서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고 표정에도 자신감이 스며들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그날 처음으로 내가 쓸모 있는 사람 같다고 느꼈어요.”
그는 수많은 동료들이 그에게 가서 묻고 해답을 얻어오는 유능한 조언자가 되었고 회사의 충실한 일꾼으로 오랜 기간 근속했었다 상사의 따뜻하고 배려 깊은 한마디 말이 억눌려있던 마음을 활짝 펴게 해 주었고 가지고 있는 모든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마력을 증명한 셈이다. 나는 어릴 적 들었던 한 문장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너는 왜 항상 그 모양이니.” 그 말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잘못을 했다는 기억보다 그때 느꼈던 부끄러움과 위축감이 더 또렷하다. 이 경험은 내가 말을 할 때마다 한 번 더 멈추게 만든다. 지금 이 말이 상대의 마음에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를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갖게 했다.
말의 힘은 특별한 순간에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 “수고했어.” “괜찮아?” “다시 해보면 돼.” 이 짧은 말들은 누군가에게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나 역시 그런 말들 덕분에 무너질 뻔한 날들을 건너왔다.
특히 자신에게 하는 말은 더 중요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그 말이 늘 비난과 비교라면 마음은 서서히 쪼그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 준다면 어떨까. “오늘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해.” “느리지만 멈춘 건 아니야.” 삶의 속도는 같아도 마음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말 한마디의 마력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무심코 던질 것인지, 마음을 담아 건넬 것인지. 우리는 매일 말로 관계를 만들고 말로 관계를 무너뜨린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분명 기억나는 말 한마디가 있을 것이다. 평생 잊히지 않는 칭찬, 아직도 마음을 아프게 하는 문장 하나. 그 기억은 말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을 고르려 한다. 상처 대신 온기를 남길 수 있는 말을. 말은 공기처럼 사라지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는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말 한마디는 더 이상 가볍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가장 쉽고도 강력한 능력은 바로 그 말 한마디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