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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살았다.

by kds 2026.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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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 풍경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늘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순서, 다르지 않은 동선, 다르지 않은 마음. 알람을 끄고 일어나 부엌으로 가는 발걸음은 이미 기억이 되어 버린 길처럼 자연스럽다. 물을 끓이고, 컵을 꺼내고, 창문을 잠깐 열어 공기를 들이는 그 모든 과정이 생각 없이도 흘러간다.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 위를 도는 것처럼,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움직이는 하루다.

하루가 특별히 힘들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무난해서, 너무 예측 가능해서 가끔은 숨이 막힌다. 오늘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생각을 한다.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쁘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때는 ‘이 정도면 괜찮은 하루’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큰 사고 없이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자 문득 겁이 났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 나의 오늘은 어제와 너무 닮아 있고, 내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저녁이 되면 하루를 정리하듯 불을 끄고 텔레비전을 켠다. 화면 속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멍해진 눈으로 내 손을 내려다본다.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손에 남은 것은 피로뿐이다. 성취감보다는 반복에 대한 무뎌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똑같은 하루 속에도 작은 흔들림은 있다.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던 오전,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하나, 우연히 들은 음악 한 소절. 그 순간만큼은 쳇바퀴가 잠시 멈춘 것처럼 마음이 느려진다. 아주 짧지만, 그 짧음 덕분에 하루가 전부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멈추면 불안하고, 계속 돌리자니 지치는 삶. 중요한 것은 쳇바퀴를 당장 멈추는 일이 아니라, 그 위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같은 하루라도, 같은 동작 속에서도 나를 돌아보는 시선이 생긴다면 그 하루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살았다. 그렇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솔직해졌다. 지루하다고, 지친다고, 가끔은 다른 길을 가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그 고백 하나만으로도 이 하루는 완전히 헛된 날은 아니었으리라 믿어본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도, 언젠가는 방향을 바꿀 힘을 기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조용히 한 바퀴를 더 돈다. 이번에는 조금 덜 무심하게, 조금 더 나를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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